
오늘 이란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가 취임 후 첫 공식 메시지를 냈다. 근데 얼굴이 없었다. 목소리도 없었다. 국영방송 앵커가 대신 읽었다. 녹화 성명조차 아니었다.
세계 원유의 20%가 걸린 전쟁을 지휘하는 지도자가 얼굴을 숨기고 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지금부터 뜯어본다.
모즈타바의 진짜 상태
사망설이 돌았다. 이란 당국이 부인했다. 근데 부인하면서 동시에 부상을 공식 인정했다. 이란 키프로스 대사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직접 밝혔다. 개전 첫날인 지난달 28일 공습으로 다리, 손, 팔에 부상을 입었다고. CNN은 발 골절과 얼굴 열상이라고 보도했다.
죽지는 않았다. 근데 다쳤다. 그리고 나타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이 패턴은 두 가지 경우에 나타났다. 하나는 부상이 공개된 것보다 심각할 때. 다른 하나는 권력 기반이 불안정할 때. 지금 이란에서는 둘 다 가능하다.
개전 첫날 공습에서 부친 알리 하메네이, 모즈타바의 아내, 하메네이 일가 총 6명이 사망했다. 모즈타바는 그 자리에 있었고 살아남았다. 이란 국영 TV는 그를 "부상당하고 불구가 된 참전용사"라고 불렀다. 공식 수사가 이미 그의 부상을 전제하고 있다는 얘기다.

얼굴 없는 지도자가 만드는 권력 공백
문제는 모즈타바의 건강이 아니다. 그가 실제로 지휘하고 있느냐다.
오늘 나온 그의 첫 메시지를 보면 내용은 강경하다. 호르무즈 봉쇄 유지, 미군기지 공격 지속, 배상 요구. 근데 이 메시지를 실행하는 건 혁명수비대(IRGC)다.
역사적 선례가 있다. 1979년 이란 혁명 직후 호메이니가 초기에 직접 통치보다 IRGC와 성직자 계층을 통해 권력을 행사했다. 이 구조가 고착되면서 이란 정규군과 IRGC의 이중 권력 구조가 생겼다. 지금 모즈타바가 부상으로 직접 통치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IRGC가 실질적 결정권을 가져가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
IRGC가 독자 판단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협상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지도자와 협상해도 IRGC가 따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월 7일 이란 대통령이 이웃 국가 공격에 사과하고 중단을 약속했지만 공격은 계속됐다. 이미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기뢰는 없다 — 근데 그게 더 무섭다
영국 국방장관이 기뢰 매설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란 외무차관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기뢰가 없다는 게 안심할 이유가 될까. 아니다.
이란의 실제 전략이 기뢰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유조선 직접 공격. 오늘만 이라크 영해 유조선 2척이 맞았다. 기뢰는 제거하면 끝이다. 근데 공격은 계속될 수 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이란은 "유조선 전쟁"을 벌였다. 당시 페르시아만에서 400척 이상의 선박이 공격받았다. 그때도 기뢰보다 직접 공격이 더 많은 피해를 줬다.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지금 페르시아만 해상 보험료가 전쟁 전 대비 수백 배 올랐다는 보도가 나온다. 기뢰가 없어도 배가 못 다니는 효과는 이미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가 빠진 함정
오늘 나온 숫자 하나가 핵심이다.
미국인 48%가 휘발유 값 급등 책임이 트럼프에게 있다고 했다. 미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59달러. 트럼프 지지층 이탈 임계치로 알려진 3.5달러를 이미 넘었다.
정치적 압박이 군사적 판단을 흔들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이란이 노리는 게 바로 이거다. 베트남전이 정확히 이 구조로 끝났다. 북베트남은 군사적으로 미국을 이기지 않았다. 미국 국내 여론이 먼저 무너졌다. 닉슨이 철수를 결정한 건 전장이 아니라 워싱턴 때문이었다.
이란 안보수장 라리자니는 오늘 "미국이 뼈저리게 후회할 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군사적 승리를 말하는 게 아니다. 미국의 정치적 피로를 노리는 것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유
이란이 제시한 휴전 조건이 오늘 나왔다. 배상금 지급과 안전보장. 트럼프가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다. 정치적으로 "배상금을 줬다"는 프레임이 붙는 순간 끝이다.
미국도 못 끝내고, 이란도 안 끝낸다.
골드만삭스는 3월 말~4월 초에 호르무즈 봉쇄가 풀릴 것으로 봤다. 비축유가 버티는 20일이 그 시점이다. 근데 이란이 제시한 조건을 보면 그 시점에 협상이 시작될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하다.
마무리
얼굴 없는 지도자, 목소리 없는 성명, 기뢰는 부인하지만 유조선은 계속 맞는다.
이란이 숨기는 건 모즈타바의 건강 상태가 아니다. 이 전쟁을 얼마나 오래 끌 수 있는지에 대한 계산이다.
3월 말이 첫 번째 변곡점이다. 비축유 20일치가 소진되는 시점. 그때 트럼프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2026년 시장의 방향을 결정한다.
※ 개인 분석이며 특정 종목 추천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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