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중동에서 났는데 왜 내 주식이 빠지나

2026년 3월 16일, 글로벌 시장은 숨을 죽이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4달러를 넘어섰고, 원·달러 환율은 1,490원으로 2009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기술적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팔고 있다. 이 모든 혼란의 진원지는 하나다. 호르무즈 해협.
사태의 배경 — 2월 28일에 무슨 일이 있었나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연합 공습을 감행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고,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권력을 승계했다. 신지도부는 협상 대신 강경책을 선택했다. 이란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 선박 통항을 사실상 차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에 따르면, 3월 기준 글로벌 원유 공급은 하루 약 800만 배럴이 줄었다. 브렌트유는 공습 직후 배럴당 73달러에서 119.50달러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104달러 선에서 거래 중이다. 에너지 전문기관 EIA는 향후 두 달간 브렌트유가 95달러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태는 원유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카타르의 LNG 시설이 타격을 받으면서 전 세계 LNG 생산의 약 20%가 중단됐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2월 말 대비 100% 이상 폭등했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사한 사건은
구조적으로 가장 비슷한 사례는 1973년 아랍 석유 금수 조치다. 당시 OAPEC가 수출을 제한하면서 유가가 4배 가까이 뛰었고, 서방 국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 현재 상황은 공급 측 강제 차단이라는 메커니즘이 동일하다. 다만 당시와 달리 지금은 미국이 직접 군사 교전 당사자라는 점, 이란이 핵 능력을 보유한 점이 불확실성을 더 높인다.
1990년 걸프전도 참고할 만하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유가가 2배 폭등했지만, 다국적군의 개입 후 6개월 만에 유가는 정상화됐다. 당시 미군의 직접 군사 개입, 단기 충격 후 안정화 패턴은 협상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의 참고 지점이 된다.
오늘 한국 시장 — 세 개의 압력
한국 시장은 이번 사태에서 특수한 위치에 있다. 수혜와 피해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고유가 압력이다.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극히 높다. 유가가 오를수록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달러 수요가 늘어나며, 원화가 추가로 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원·달러 1,490원은 심리적 지지선인 1,500원에 근접했다.
둘째, 미국의 301조 조사다. 미국이 한국, 중국, 일본을 대상으로 불공정 무역 관행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과잉 제조 설비 문제가 타깃이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 한국의 주요 수출 섹터가 모두 잠재적 관세 위험에 놓였다.
셋째, 그럼에도 섹터별로는 명확한 수혜가 발생하고 있다. 방산은 유럽과 중동의 K-방산 수요 폭증으로 수출 계약이 가속되고 있다. 조선·해운은 희망봉 우회항로 운임 급등과 LNG선 신규 수주 기대가 겹쳤다. 반도체는 달러로 결제되는 수출 구조 덕분에 KRW 약세가 오히려 원화 환산 이익을 늘린다.
이번 주 최대 변수 — 3월 18일 FOMC
연준은 1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이번 주 3월 17~18일 회의 결과가 발표된다.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재가속되는 상황에서 연준의 딜레마는 명확하다. 금리를 내리면 물가를 자극하고, 유지하면 경기 냉각 압력을 키운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서베이 결과, 첫 금리 인하 시점 기대가 기존 3월에서 6월로 밀렸다. 추가 변수는 제롬 파월 의장의 5월 임기 만료다. 차기 의장으로 케빈 워시가 거론되면서 시장은 정책 연속성 불확실성까지 소화하고 있다.
2월 미국 CPI는 전년 대비 2.4%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본격 반영될 3월 CPI는 4월 10일 발표 예정이다. 이번 FOMC에서 연준이 에너지 충격을 일시적으로 볼지, 구조적으로 볼지가 관건이다.
두 가지 시나리오와 확률
현재 상황에서 두 갈래 경로가 가능하다.
봉쇄 장기화 시나리오는 확률 60%로 본다. 이란 신지도부가 협상을 계속 거부하고 선박 공격이 지속될 경우, 브렌트유는 105~120달러를 유지한다. 원·달러는 1,500~1,530원까지 추가 약세가 가능하다. 코스피 상승은 제한되고,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진다. 방산, 조선, 반도체 환율 수혜주 중심의 선별적 강세 장이 펼쳐진다.
협상 신호 출현 시나리오는 확률 40%다. 트럼프가 일시 교전 중단을 발표하거나 오만 채널 협상이 재개될 경우, 브렌트유는 85~92달러로 급락한다. 원·달러는 1,450원대로 반등하고, 코스피는 4~6% 급등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항공, 화학, 정유가 강세 전환한다.
지금 봐야 할 지표 세 가지
유가는 100달러 선 위에 있는지 아래에 있는지가 첫 번째 판단 기준이다. 100달러를 하향 이탈하면 협상 기대가 가격에 반영되는 신호다.
AIS 해상 추적 데이터에서 호르무즈 통항 선박 수가 회복되면, 뉴스 보도보다 앞선 봉쇄 완화 신호가 된다.
3월 18일 FOMC 성명에서 인플레를 우선시하는 어조인지, 성장 우려를 포함하는 어조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세 번째다. 이 어조 차이가 달러와 채권 방향을 결정한다.
결론 — 노이즈와 신호를 분리할 시점
지금 시장은 전쟁 뉴스, 유가, 환율, 연준, 관세라는 다섯 개의 노이즈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차트와 가격이 먼저 말하는 것을 따라가야 한다. 방산과 조선이 이미 주가 구조로 먼저 말했다. 항공과 화학은 반전 시나리오를 기다리는 중이다.
호르무즈가 다시 열리는 날이 오겠지만, 그 날이 이번 주인지 다음 달인지는 이란의 협상 테이블 복귀 여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건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도 달려 있다.